(이치노세의 등에 업힌 채로 '빨리 가.' 이러면서 돌아온다.)
싫다고 하면, 그냥 떨어뜨릴 거야? (다소 심각해진 상황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고개를 기울인다.)
내가 어떻게 할거 같은데? (업은 팔에 힘을 살짝 푼다. 스르... ... ... 륵 미끌어지듯 내려간다...)
이씨이이.... (스르르 아래로 미끌어진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눈을 찌푸리다가) 카즈. (이내 슬 널 올려다본다.)
진작 말을 듣지 그랬냐. (주저앉은 네 모습을 웃으며 내려다본다. 곧 네가 저를 올려다보면서 시선이 맞닿으면,) 왜 불러?
편했단 말이야. 아직도 다리 아프고. (운동을 너무 많이 한 느낌이다. 종아리를 주물주물.) 치즈랑 해피. 우리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나 보다. 말없이 사라지고 말이야.
내 생각엔 나도 너를 너무 오냐오냐 키운 것 같은데? 어쩔 때는 네가 나보다 더 성가시다니까, 왜 다들 그걸 몰라주는지 몰라. (쯧쯧, 소리 내곤 제자리에 쪼그려 앉아 너와 눈높이를 맞추며 묻는다.)
걸어갈래, 아니면 다시 업어줄까. 걸어갈 거면 일어날 때 손 정도는 잡아줄 수 있는데. (곧 턱을 괴고 장난스레 웃으며 덧붙인다.) 업히고 싶으면 오빠라고 부르면서 귀엽게 부탁해봐. (꿍꿍이 가득한 얼굴인 것이 놀리는 것이 분명하다.)
누가 누굴 키워. 너, 진짜 양심없는 거 알지. 그리고 나는 가끔 이러는 거잖아. 참아. (너와 오랜 시간 함께 있을 수 있던 건 저역시 다소 골치 아픈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알지만,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응석 부리는 거, 아무한테나 하고 싶지는 않은 걸.)
내가 누나야- 바보 멍청아. (잡아달라는 듯 눈을 마주한 상태에서 손을 뻗는다.) 자.
가끔은 무슨, 너도 지금 양심 없는 발언 하는 거 알고 있냐? (그리곤 이어지는 말에 풋, 하고 웃었다. 비웃는 듯한 얄미운 웃음.) 누나는 무슨, 누나 노릇 받고 싶으면 나보다 키부터 크고 와라.
(네가 손을 뻗으면 그 손을 붙잡고 일으켜 세운다. 업어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손을 잡고 보폭을 맞춰 걸었다. 사람이 빠져나가고, 두 사람의 발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얼마간의 정적이 흐르다가 운을 뗀다.)
그러고 보니 그 이상한 애들 (푸링을 말하는 듯) 사라졌다고 하던데.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기억 나냐? (이쪽은 사실 전혀 기억도 안나고 눈치도 못챘다.)
허얼. 유치하게. 난 마음의 키가 너보다 더 크니까 그것도 더해. (누가 누굴 유치하다고 나무라는지 모르겠다. 끄응챠. 천천히 손을 잡고 일어나 네 옆에 나란히 선다. 마주 붙잡은 것은 언제나 변함이 없는 따스함이라서 푸스스 웃고 마는 것이다.)
이상한 애들 말고, 치즈랑 해피. (정정해주며 자리에 서서 네 양볼을 꾸욱 눌렀다가 뗀다.) 기억 안나. 갑자기 온 것처럼 갑자기 사라졌나봐. (아까 전에 오냐오냐 키웠다고 한 건 진심이다. 누군가 데리고 간 걸까, 길을 잃은걸까. 아니면 다시 돌아간걸까.) 궁금해서라도 찾아보려고. (주근깨가 박힌 얼굴에 불만이 어린다.) 알잖아, 나. 이야기가 중간에 끊기는 건 너무 싫어.
(주변이 고요해지고, 자연스레 손을 맞잡으며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았다. 좋다기 보다는, 편안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지만. 익숙한 온기가 손 안에 가득 찬다.) 맞다, 그런 이름이었지. (양 볼이 눌려 조금은 샌 발음으로 중얼거린다. 곧 네가 손을 떼주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냐? 나는 항상 옆에서 귀찮게 굴던게 사라지니까 좋기만 하던데. 뭐, 맨날 내가 괴롭혔으니 내 푸링은 정말로 가출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괜시리 제 옆을 한 번 힐긋 쳐다보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는 허전함 때문이다. 저를 보며 방긋 웃던 노란색 푸링이 잠시 떠올랐다. 있다가 없으니까 역시 허전하긴 하네.)
네가 생각하는 이 이야기의 끝은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