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설마 이 나이 먹고 담력시험에 쪼는 놈들이 있진 않겠지? (불특정 다수 저격)
야. (이 녀석이 자신과 가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화끈하게 완전 밤늦게 갈래?
말 하는 거 봐라. (고개를 절래절래.) 나, 유카타 입고 갈래. (가끔 귀여운 옷을 샀다고 자랑하기는 한다.)
유카타? (대충 머릿 속에 디자인 그려보더니.)
어떤 디자인인데?
... (당연한 걸 뭘 묻냐는 얼굴로.) 토끼. 귀엽잖아.
(토끼? 유카타? 디자인이 잘 상상이 안가는지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린다.) 잘 모르겠는데, 말 나온 김에 지금 입고 와봐. 한 번 견적 보게.
네가 보면 뭘 알아? (어이없다는 듯 묻다가 잠시 멈칫.) 기다려봐. 옷만 입고 나와볼 테니까. (안 어울리면 조옴.. 그렇잖아.)
아주 잘 알지. (입꼬리를 올려 웃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빨리 입고 나와보라는 듯.)
(방 안에서 옷과 머리를 만진 뒤에 빼꼼 문 너머로 널 바라본다.) 됐냐.🔗ⓒ 두두리님 @ttouttW
(이게 왜 토끼 유카타 라는거지? 라고 생각하는 듯 네 모습을 한 번 전체적으로 훑다가, 유카타 곳곳에 새겨진 토끼를 보곤 웃음이 터진다. 꽤 한참동안 웃더니 방문을 열고 들어와 네게 다가온다.) 아 - 너도 참 너다, 그게 그렇게 좋냐? 응, 귀엽네.
(이내 한 발자국 사이 정도의 거리감에서 멈춰 널 내려다본다. 고개를 슬 기울이고.) 이 정도면 열심히 준비한 것에 대한 모범 답변인가?
(대답 대신 웃음소리부터 내는 모습에 예의 그 무미건조한 얼굴이 된다. 하나로 묶은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살짝 그려 쥐며 너를 바로 앞에 두고는) 이씨. 내 취향에 뭐 보태준 거 있어? 맨날 칙칙한 옷만 입는 너보단 낫다, 뭐- (그렇게 투덜거리다가도 귀엽다는 마지막 한 마디에 저 역시 한 발짝 더 다가가 말하는 것이다.)
50점. 바로 말했으면 정답이라고 해줬을 텐데, 아쉽게 됐네. (물론 네가 아쉬워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 정도면 바로 대답 나온거지, 바라는 것도 많네. 우리 사이에 풋풋한 반응을 바라는 것도 이상하잖아, 안 그러냐? (네 예상대로다. 전혀 아쉬워하는 기색 없이 여전히 웃는 낯으로 바라보다가 네가 한 발자국 다가오면 그대로 고개를 숙여 콩, 하고 가볍게 이마를 맞댄다.)
귀엽다니까, 표정 풀어라. (속삭이듯 읊조리다가도, 곧 언제 그랬냐는 듯 떨어졌지만.) 그런데 정말 오늘 폐신사 갈 때도 그렇게 입고 갈거냐? 불편하지 않겠어?